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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경남일보 '대고구려탐방' 연속 기행 (4)
작성자 황상원 작성일 2009-11-02 10:59:00

◇압록강 인민군 “시계 좀 주시라요”

경남대 고구려 탐방단은 8월30일 답사 일정 중 하나로 단동시 외곽에 있는 호산장성에 올랐다.
작은 개천을 경계로 북한 방산마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곳에서 기자는 중국인이 모는 작은 철제 배를 타고 개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북한 인민군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모터로 움직이는 작은 배로 15분쯤 갔을까. 두명의 인민군 복장을 한 북한군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탑방단 14명 모두는 쥐 죽은 듯 했다. 중국인 선장은 사진 촬영 절대 금지를 거듭 경고했다.
뱃머리가 북한군 앞에 도착했지만 총을 어깨에 찬 두명의 병사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기자는 병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한 중국산 담배 두보루와 200위안을 ‘뇌물’로 던졌다.
10대로 보이는 두 병사는 연신 자신의 손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동무, 시계 하나만 주시라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3m 거리의 기자와 북한 병사가 서로에게 뻗은 손은 닿지 않았다.
3m의 지척에 마주한 남과 북은 50여년의 분단세월 앞에서 침묵해야 했다.
이름도 나이도 고향을 묻는 질문에도 끝내 답이 없었지만 ‘통일 조국에서 만납시다’는 기자의 말에 병사들은 ‘예’라고 응대했다.
돌아오는 배편에서 누군가 뱉은 혼잣말이 일행 모두의 가슴을 뻐근하게 했다. “통일 조국에서 다시 만나는 날에는 미리 시계를 준비해야겠소…”
유람서에 바라본 20분간의 신의주와 압록강변에서 만난 북한 병사는 적어도 주관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경제상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북한의 경제적 암흑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제4차 6자회담 타결로 관련국들이 경제 협력을 약속,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의 길이 열렸다.
실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미국이 에너지 지원에 참여키로 했고 우리 정부도 매년 200만kw전력 제공을 재확인하는 등 대북송전과 경수로 건설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수로 제공, 북한의 NPT 복귀 시점 등의 현안을 놓고 북·미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구멍난 북한 경제에 볕을 뜨게 할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압록강에서 만난 인민군 병사는 경수로나 NPT에 관심이 없다.
한 탐방단원의 표현대로 ‘마치 먹이를 받으러 나온 사파리의 맹수들’로 전락한 앳된 북한군은 오늘도 한국 관광객에게 말한다. “남조선 동무, 시계 하나만 가져다 주시라요.”
후원:경남대학교 관광학부

▲중국 단동시에서 유람선을 타고 찍은 신의주 풍경. 낡은 배와 허름한 복장으로 낚시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신의주의 열악한 경제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오른쪽)
▲중국 단둥시 외곽에 위치한 일보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녘 땅 방산마을에서 만난 2명의 북한 인민군. 3m 남짓한 지척에서 ‘동무, 시계 하나만 주시라요’라고 부탁한 이 병사들에게 담배와 중국 돈을 던져 주고 몰래 찍은 사진.

황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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